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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칼럼
 
작성일 : 14-05-17 05:25
비극의 에너지 ‘세월호 토네이도’
 글쓴이 : 코리안저널
조회 : 1,568  
미시 USA. 미국에 사는 한인 주부들의 인터넷 공간이다.
정보도 교환하고 대화도 주고받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달라스 한인 여성들도 많이 애용하는 이 사이트는 1년전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윤창중의 성추문을 세상에 처음 알리면서 유명해졌다.
이 곳 미시 USA에서 모금운동이 일어났다.
5만 8천달러를 목표로 했던 모금운동은 미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수천명의 동포들이 뜨겁게 호응하면서 불과 열흘 만에 16만달러를 돌파했다.
결과는 지난 일요일자 뉴욕타임즈에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전면광고였다.
어머니날이었다.

광고가 나가자 소란이 일었다.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 등이 성명을 내고 “일부 종북세력의 근거 없는 정부 비판”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의 언론들은 ‘동포사회가 분열됐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한 NYT 광고는 ‘누워서 침뱉기’의 나라망신이었을까?
오랜 세월 우리들 정신문화에 유전돼 온 사대주의가 빚은 또 다른 부끄러움이었을까?
이번 주 두 개의 뉴스가 눈길을 끈다. 하나는 삼성이고 또 하나는 KBS다.

삼성전자는 14일 ‘백혈병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및 보상 의지를 밝혔다.
대표가 직접 나서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라면서 머리를 숙였다.
2007년 백혈병 문제가 불거진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도록 7년 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던 삼성은 왜 이제와서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보상을 약속한 것일까?
무노조 경영, X파일, 떡값 검사로 악명을 떨치면서도 정관계 그리고 법조계에 수많은 ‘장학생’을 거느리고 대한민국 ‘갑중의 갑’으로 군림해 온 삼성은 왜 갑자기 죄인의 얼굴로 표정을 바꾼 것일까?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있지만 그 뿐일까?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반성이 물결치고 있는, 세월호가 일으키고 있는 이 정국의 소용돌이와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삼성 백혈병을 다룬 영화 중 하나의 제목은 ‘탐욕의 제국’이었다.

KBS도 15일 메인 뉴스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를 반성했다.
이날 방송을 세월호 침몰 사고 특집으로 꾸민 KBS는 “대통령의 행보는 부각하고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에 소홀 …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보도한 반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가족 기자회견은 다루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명박 정권 이후 MBC와 함께, 기자들의 계속되는 언론자유투쟁을 깔아뭉개면서 꿋꿋하게 ‘권력의 나팔수’라는 외길로 달려온 KBS가 메인뉴스에서 자신의 부끄러운 죄상을 고백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언론 민주화를 부르짖던 많은 기자들이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외곽에서 맴돌고 있는 이 삭막한 현실에서 무슨 “깡”이었을까? 

나이 좀 드신 분들은 기억하겠지만 군사독재시절 뉴스나 공문서에서 국민을 칭하는 우선 순위는 군, 관, 민이었다.
‘군관민이 합동으로 수재 복구를 했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어느날부터 그 순위는 민, 관, 군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이를 ‘민주화’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 흐름은 그러나 박근혜 정부 이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조짐을 현저히 보였다.
청와대에 사성 장군들이 입성하고 유신시대의 주인공들이 활개를 쳤다.
정치의 한복판에는 언제나 장군이 지휘하는 국정원이 떡 버티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불통의 리더쉽’과 함께 ‘권위주의’로 복귀했다.
세월호 참사는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친 민(民)의 비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처럼 세월호 유가족들도 버려졌다.
관영화된 언론과 무력해진 정치권, 그들의 슬픔을 다독여줄 조직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유가족들은 결국 권력의 심장과 맞짱을 떠야했고, 길거리에 주저앉은 그들의 모습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부실한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때때로 비극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 비극이 사회적일 때 그 에너지도 사회적이고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암울했던 70년대 청계천 한 노동자의 분신이 대한민국 지식인들의 양심을 일깨우면서 민주화의 불씨가 됐던 것처럼 비극은 때때로 세상을 바꾼다.
 
바람이 분다.
강풍이다.
백성들이 포효한다.
세월호의 비극이 일으킨 토네이도다. 
교수들과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온다.
삼성이 사과하고 KBS가 스스로를 비판한다.

지식인들은 영악하다.
바람의 흐름을 감지하는 훈련이 잘 돼 있다.
지배층은 더욱 그렇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바람이 멈추면 이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고, 세월호의 비극은 또다시 다른 형태로 반복될 것이다.

국민이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쉬임없이 노래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NYT의 광고는 국내용이다.
미국에서 부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노래다.
언젠가는 돌아갈 조국의 앞날이 ‘사람이 먼저’인 따뜻한 세상이기를 바라는 재미동포 어머니들의 ‘희망가’다. 

<서봉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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