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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칼럼
 
작성일 : 14-06-14 05:31
“즐기자 월드컵, 잊지말자 세월호”
 글쓴이 : 코리안저널
조회 : 2,012  
기억엔 시공(時空)이 없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의 블랙홀처럼 시간과 공간이 뒤틀려 엉켜있다.
어제 일어난 일이 아득하기도 하고 오래 전 일이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낡은 컴퓨터처럼 나이 든 기억의 회로에 바이러스가 창궐해 기억의 창고가 뒤죽박죽 난장판이 됐는지도 모른다.

월드컵이 왔다. 동포들과 함께 함성을 지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4년이 흘렀나 보다.
다시 온 월드컵이 한편으로는 반갑고 또 한편으로는 서운하다.
반가운 것은 우리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는 2002년의 감동이 되살아나기 때문이고, 서운한 것은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 탓이다. 

축제의 막이 올랐다.
축구를 좋아하는 모든 나라들이 그렇듯이 한국도 서서히 붉은 악마의 그 붉은 흥분으로 서서히 물들어 간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오고 ‘대~한민국’의 함성은 곳곳에서 울려퍼질 것이다.
동포사회도 축제 준비에 한껏 달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월드컵은 예전과 좀 다르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가진 자도 못가진 자도 모두 함께 어우러졌던 예전의 축제와는 좀 다르다.
아들딸과 손을 잡고, 이웃들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응원구호를 외치던 그 때와는 뭔가가 달라졌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도 시위가 끊이지 않는 브라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막 전 마지막까지 초라한 성적으로 끝도 없이 추락한 한국 축구 ‘4강 신화’의 위용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한 목소리로 목이 터져라 외칠 ‘대~한민국’의 이야기, 그 ‘대한민국’을 연호하기에는 웬지 부끄러워진 우리 조국의 이야기다.

인터넷에는 이런 글들이 떠돈다.
“만약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이기면 이는 필시 승부조작이 개입될 개연성이 높다 하겠습니다. 워낙에 조작을 좋아하는 정권하의 월드컵팀인지라 말이죠.. 믿을수가 없어요...ㅋㅋ”
“홍감독! 아자아자! 화이팅! 예선 탈락 부탁해요!~~~!”

국민 중의 일부는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는 커녕 졸전을 고대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월드컵이 축제가 되길 원치 않는다.
국민들의 함성이 하늘에 울려퍼지고 그 얼굴에 미소가 넘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함성이 울려퍼지는 그 하늘에서 희망의 메시지같은 것을 엿보기를 바라지 않는다.
희망의 형상을 한 그것이 신기루라고 믿기 때문이다.
월드컵에 정치가 끼어든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후유증이다.

한국의 언론들은 12일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잇따라 철거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천시는 시청 로비에 설치했던 분향소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울산시 북구, 동구, 중구, 울주군 등에 마련됐던 분향소도 10~11일 문을 닫았다.
한때 38개소의 분향소를 운영했던 경기도 내 분향소는 현재 7곳 밖에 남지 않았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기초자치단체 및 시민단체가 마련한 분향소의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언론은 지자체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특수’를 위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빠르게 지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 속에 교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청와대 게시판에 정부의 책임을 묻는 글을 올렸던 교사들과 이런 취지에 동의해 모인 현장교사들 161명은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방선거와 월드컵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줄고 있다”며 “어린 생명을 삼킨 세월호 물살을 잊지 말자”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부산에서는 12일 월드컵 개막일에 맞춰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월드컵, 분명 예전과는 다르다.
흔쾌히 즐기기에는 가슴 한 쪽에서 유쾌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걸리적 거린다.
터무니 없이 죽어간 세월호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 대한 미안함이고, 그 미안함마저 월드컵 파도에 떠내려가 잊혀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다.
기우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잘 잊는 버릇이 있으니까.

그래도 4년만에 찾아온 월드컵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유가족들이 답을 줬다.
‘축제 분위기가 우리 때문에 망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유가족들은 월드컵을 맞아 표어를 만들어 국민에게 선물했다.
“즐기자 월드컵, 잊지말자 세월호”.

<서봉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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