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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칼럼
 
작성일 : 15-09-05 05:08
조이풀 컬럼 - 크랙 필러 (Crack Filler)
 글쓴이 : 코리안저널
조회 : 9,019  

벌써 20년은 족히 된 이야기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쓰기 전에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미국을 돌며 여행을 했다. 래피드시티(사우스다코다)에 사는 친한 선교사님을 볼겸해서 들렸는데, 거기서 러쉬모어산 (Mt. Rushmore)의 거대 조각을 볼 기회가 있었다.

조지 워싱턴, 링컨, 토마스 제퍼슨, 루스벨트 등 내가 얼굴을 모르는 전 미국 대통령들이 그 산 위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 조각상들은 1927년에 만들기 시작했는데, 무려 14년이 걸려서야 완공했다. 처음에는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서 기본적인 모양을 조성하고 후에 디테일한 부분은 공구로 다듬질을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만든 과정도 그렇지만, 그 후에 오랜 세월 동안 어떻게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얼굴들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대답은 뜻밖에도 공정과정을 찍은 흑백사진에서 찾아왔다. 사진은 토마스 제퍼슨의 얼굴을 크게 찍은 것이었는데, 그 콧등에 한 남자가 로프에 의지한 채 서 있었다. 감히 지극한 존경의 대상인 제퍼슨의 콧등에 보란듯이 다리를 내린 채 서 있는 저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한 손으로 밧줄을 꼭 쥐고, 다른 한 손에 든 튜브용기를 제퍼슨의 콧 잔등에 가져다 대고 있는 사람은 이름 없는 ‘크랙필러’ (crack filler)였다. 크랙필러는 모두 알다시피 시간이 오래 되어서 생긴 석상이나 건물의 틈을 메우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먼데서 볼 때는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그 얼굴들은 계속해서 화장을 해주지 않으면 안될만큼 물과 바람, 그리고 세월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국 그 시달림에서 그들을 구원한 것이 바로 크랙필러들이었다.

세월 속에서 잔금이 가지 않는 인생은 없다. 누가 그랬던가.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라는 강 속에 누워있는 우리가 흘러가는 것”이라고. 시간 속에서 흘러가노라면 여기 저기 부딪히게 마련이다. 흘러가다가 수량이 부족한 곳에 이르면, 한참을 거기 머물면서 따가운 볕에 인생이 그을리는 경험도 한다. 결국 누구의 인생이나 금이 가게 마련인데, 이것을 손질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더구나 손질을 함에 있어서 단순히 이전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에서 멈출 수만도 없다. 세월이라는 강 하구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때우는 작업을 넘어서서 좀 더 인생의 각을 세우고 빈틈이 없도록 다음 시간을 준비하는 것도 말하자면 크랙필링이다.

잘 알려진 미국의 현대 작곡가 조지 거슈인(G. Gershwin, 1898-1937)은 원래 타고난 영감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만일 뮤즈의 여신을 기다렸다면 일년에 기껏해야 세 곡 정도 작곡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메이슨 커리, 리추얼, 389쪽). 그냥 악상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느니 작곡가는 권투선수처럼 끊임없이 훈련해야 좋은 곡을 쓸 수 있단거였다. 영국 소설가인 앤서니 트롤럽((Anthony Trollope, 1815-1882, 19세기가 낳은 세계 최고의 소설가 중 한 명)은 매일 아침 5시30분에 책상 앞에 앉아서 세 시간 동안 글을 썼다. 앞에 시계를 놓아두고 15분에 250단어를 쓰려고 애썼다는데, 이런 노력이  47편의 장편소설과 다수의 글로 남았다. 거슈인이나 트롤럽이 했던 일은 이를테면 다 크랙필링에 해당하는 일이다. 뉴욕타임스에는 토마스 프리드먼(T. Friedman,’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이나 폴 크루그먼 (P. Krugman,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같은 대단한 칼럼니스트들이 있다. 이들과 어깨를 겨루는 사람이 데이빗 브룩스(D. Brooks)이다. 그는 2009년부터 신문사 역사상 최초의 여성 주필인 게일 콜린스(G. Collins)와 함께 대화체의 칼럼을 쓰고 있다. 그가 그 칼럼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Routine, in an intelligent man, is a sign of ambition” (뉴욕타임스, 2014. 9. 25). 굳이 옮기자면, “지적인 사람이 매일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은 야심이 있다는 징조”라는 뜻이다. 브룩스는 여기에 더해서 “They think like artists but work like accountants” (그런 사람들은 생각은 예술가처럼 하지만, 일은 마치 회계사처럼한다)는 말을 칼럼에 쓰기도 했다. 아무리 멋진 생각을 해도 실제로 일할 때에 일상의 반복과 촘촘함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말이다. 그가 말하는 내용 역시 큰 그림에서 보면, 무언가를 삶에서 이루기 위해서는 크랙필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 한국의 축구선수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의 레버쿠젠에서 EPL 의 토트넘으로 적을 옮겼다. 이적료가 400억원이란다. 값이 꽤 비싸다. 이런 값을 받을 수 있을만큼, 소위 ‘공을 잘차는 방법’은 무엇인가. 1999년에 영국의 ‘맨유’를 트레블(Treble / 정규리그, UEFA, FA컵)을 달성한 팀으로 이끌어서 기사 작위를 받았던 알렉스 퍼거슨은 ‘좋은 연습은 반복’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삶 다지기’, 말하자면 크랙필링이야말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돈을 세는 사람 옆에서 속으로 따라 세는 사람이다. 그것도 고개까지 끄덕이면서 말이다. 남의 인생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내 인생의 금이 간 부분을 수리하고, 마침내 보다 멋있는 모습으로 간지나게 삶을 세울 수 있도록 매일 땀을 흘릴 필요가 있다. 이민 생활 속에서 내가 메워야 할 인생의 잔 금들은 무엇인가. 그 금들을 메꾸기 위해서 땀을 흘리는 사람이 멋있다.  나이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무엇을 하며 살든지 결산서를 낼 즈음에 내 인생이 여전히 광채를 잃지 않을 수 있다면, 비록 잔금이 그 안에 무수할지라도 빛나는 인생을 산 것이다.


글 쓴이
김세권 목사 / 한국의 장로회 신학대학과 미국의 Hebrew Union College – JIR 에서 수학했다. 현재는 달라스에서 독립교회인 조이풀 교회 (www.joyfulkcc.com)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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