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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칼럼
 
작성일 : 18-03-31 01:33
사빠띠스따
 글쓴이 : 코리안저널
조회 : 6,755  

사빠띠스따

이도준 칼럼

멕시코 남부 치아빠스주의 높은 산에서 정부와 대항하는 무장 단체의 이름이다. 에밀리아노 사빠따라는 멕시코 혁명 지도자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부른다. 북쪽에서는 빤초 비야, 남부에서는 에밀리아노 사빠따가 1910년대의 혁명을 이끌었다. 물론 가난해서 더 억울한 농민들이라 이념상 공산주의다.
깃발에 있는 붉은 별이 마음에 안들고 투쟁방식에 폭력도 쓰니까 위험하다.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반짝이니까 무섭기도 하다. 중남미 여러 나라에 비슷한 운동들이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에 불법으로 이란에 무기를 팔아 그 돈으로 니까라과의 반군, 산다니스따를 소탕하려던 작전이 이란-콘트라 사건이다.
사빠띠스따는 까라꼴이라 부르는 자치구역에 산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무니씨피오(우리나라의 면보다는 크고 군보다는 작은)에 거점들이 있다. 구글 지도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 곳이 많다. 알려진 곳은 다섯 군데라고 한다. 그런데 높은 산에서 어떻게 자급자족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들의 억울한 사정을 세계적인 이슈로 만들기 위해 여러나라의 보도진들을 비롯해 동조자들을 불러 모아 프로파간다 컨벤션을 했는데 그 내용이 카나다 기자가 만든 “치아빠스라 불리는 곳”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타리다. 영어로는 “A Place Called Chiapas”다. 부사령관 마르코스가 말을 타고 검은 마스크에 파이프를 물고 나타나서 인터뷰하는 장면도 나온다. 가난한 농민들의 명령을 받는다고 직함이 부사령관이다. 그는 현지 마야인이 아니고 백인인데 사회학 교수였다는 설이 있다. 자신이 2014년에 선포한 대로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는 적이 없다.
프로그레소 침례교회의 목사가 그곳 출신이라 동행해서 다녀 왔다. 그의 아버지가 두건을 썼다, 벗었다 했다는데 사빠띠스따로 신분을 감춰야 할 때와 커피 농민, 두 신분으로 살았었다. 일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복음 방송을 하기 위한 답사였는데 새벽 네시에 집을 나서서 두번의 식사까지 열 여섯시간이 걸렸다.
주의 수도 뚝스뜰라 구띠에레즈에서 보칠, 엘 보스께까지 세시간 반, 거기서 데리러 나온 목사님의 차를 타고 시모호벨, 그리고 하르딘을 지나 지도에 없는 후안 사비네스의 높은 산골 마을까지 세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지도 상으로는 짧은 거리인데 구불거리는 돌길을 시속 10km 정도로도 못갔다는 얘기다. 가는 노상에서 돈을 뜯는 패들을 두번 만났다. 총은 없었지만 필자는 마체떼(주: 영어 발음은 머쉐티, 밀림에서 쓰는 큰 칼)에도 충분히 겁을 먹었다. 외국인, 납치, 인질, 이런 생각으로 넓은 모자챙으로 얼굴을 가리고 자는 척했는데 가슴이 두근거렸다. 
현지인들은 스페인어 보다 마야의 방언을 더 쓴다. 골짜기와 산을 경계로 다른 방언들이 있다. 특히 노인들과 여자들은 학교에 다닐 기회가 없어 방언만 쓰는 사람들이 많다. 위클리프 번역 선교사들의 사역으로 그들의 말로 된 성경이 있다. 그러나 외부 선교사의 파송이나 교회를 세우는 일은 심히 어렵다. 
1994년 멕시코 정부는 치아빠스 커피 농민에게 불리한 북미주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커피는 현물시장에서 세계의 큰 자본이 다루는데 너무 말도 안되는 싼 값으로 농민들을 착취하고 있다. 브라질, 콜롬비아를 비롯한 세계의 모든 커피 농민들이 마찬가지 신세다.
자본이 주인인 세상의 부조리를 바로 잡는 일, 사회적인 정의 구현, 경제적인 불균형을 타파하는 것이 선교사의 임무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울기라도 해야 한다. 최저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농민은사빠띠스따에 동조하고 이판사판 반정부가 된다. 아직도 그들이 무장을 해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별 소용이 없는 줄 알면서도 저항이라도 해야 하는 그들을 복음으로 돕는 일은 힘도 없고, 뾰족한 수가 없는 필자는 솔직히 모른 체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들과 마주쳤던 눈들이 지금도 계속해서 뇌리를 건드리고 있다. 사도행전 16장 9절에서 바울에게 건너 오라고 손짓하던 마게도니아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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