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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칼럼
 
작성일 : 18-04-14 01:24
그게 아니잖아요
 글쓴이 : 코리안저널
조회 : 8,224  

그게 아니잖아요

이도준 칼럼

이 한마디가 여기서 만난 선교사 부부와 사귀는 물꼬가 되었다. 메리다 한인 후손회가 무슨 연유로 3.1절 기념식을 12월 말에 하게 됐는지 사정은 모르지만 그 기념식에서 만났으니까 꼭 일년이 되었다. 그 선교사 부부는 청년 지도자들을 훈련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유카탄에 온지 6년이 되었다고 했는데 스페인어를 열심히 배워 의사가 잘 소통되는 것이 가장 부러웠다. 그리고 필자보다 적은 나이에 선교사의 길을 시작한 것도 부러웠다. 그래도 적지 않은 나이인데 꼰대 사상에서 자유롭고 합리적인 것도 얘기가 통하는 부분이었다.
기념식과 오찬은 기억에 없다. 유카탄 선교의 현실, 선교사들의 고충, 갈등과 불협화, 선교 전략과 방향, 그리고 챙피한 얘기지만, 넘어진 선교사들의 반면교사 교훈들을 많이 알려 주었다. 고참 상병이 신병에게 부대의 돌아가는 일들을 설명해 주는 것같았다. 그날, 거기서 기억에 남는 말은 “그런데 그게 아니잖아요” 라는 반(半) 질문이었다.  “그렇지요” 라는 맞장구를 원하기 보다 오히려 “그게 아닙니다” 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초면에 색안경의 영향을 고려해 섯불리 자신의 형편과 의도를 밝히지 않을 텐데 카드를 거침없이 보여주는 순수함과 거기서 나오는 자신감도 마음에 들었다. 상호간의 교감인지 곧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 부정기적이기는 해도 서로 만나 생활 정보로부터 계획과 진행되는 일, 기도의 제목을 서로 나누고, 상의하고, 의견을 묻고, 조언을 구하고, 격려하며, 외톨이 자비량 선교사인 필자에게 힘을 실어 준다.
그런데 그게 아니잖아요의 그게는 잘못된 선교의 방향, 정책, 그리고 방법, 그에 따른 부조리, 옳지 않게 가도 브레이크를 걸 수없는 시스템, 그리고 파송교회들의 선교현장에 대한 동떨어진 탁상공론, 이런 선교에 관련해서 교회와 선교사들이 개선할 것들도 포함된다.
문제의 시작은 이름을 제국주의적 선교라고 붙인 태도에 있다. 힘센 제국이 약한 식민지들을 정복하고 힘으로 다스리던, 전근대적이고 비성서적인 개념에서 나온 모델이다. 너희는 뭔가 모른다. 우리는 아니까 가르치고, 있으니까 준다는 태도다. 막대한 돈의 힘도 있다. 웅장한 건물은 흔히 힘의 상징이다. 그런 심리가 믿음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라고 보는 것이 문제다. 유카탄의 현지인들은 그런 태도를 너무 싫어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현장 선교사는 빠르고 큰 성과를 가져오는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 공식에 시간은 변수가 아니다. 한인들의 냄비근성, ASAP, 무조건 빠르게라는 곱하는 계수나  더하는 상수만 있다. 성과가 객관적인 것이 아니고 조작도 가능한 것이 문제, 확인 불능은 더 큰 문제다.
  당장 돌아오는 채권을 막기 위해 단기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열띠게 논하는 중역회의가 끝나고 백년대계라는 R&D 계획의 결재를 받으려는 부장님은 현실을 잘못 본 각주구검(刻舟求劍) 죄(?)로 곧 사표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
 나눠준 안경, 축구공, 연필들의 숫자와 그리고 눈물 흘리는 결신자의 사진을 보며 감격하는 단기선교 결과보고가 끝나고 당장 생색이 안나더라도 생활 밀착형 선교를 많이 보내자는 것이나 한가지다. 유카탄의 파송 선교사는 현지인들이 단기팀들이 올 때마다 매번 결신한다는 사실을 말할 수없다. 유행은 지났지만 지금도 그걸 중점 사업으로 목을 맨 선교사도 <많다>. 선교사가 보고해도 선교위원회는 더 높은 곳에 알리기 힘들다. 두루 알고 있어도 지금까지 잘해 오고 있다고 자찬하던 것을 뒤집지 않으려고 쉬쉬하기 쉽다.
 문제는 고치는 것보다 덮는 것이 편하다는 무사안일이 시스템의 속성이라 그렇다. 제국주의적 선교 방식을 아직도 붙들고 있는, 꼰대 심리가 지배하는, 구태의연한 교회에서는 그렇다. 단기선교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단기선교로 이 길을 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교의 목표나 방향은 “그게 아니”다. 적어도 필자가 좀 아는 유카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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