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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칼럼
 
작성일 : 18-08-18 01:24
우선순위
 글쓴이 : 코리안저널
조회 : 1,580  

우선순위

<이도준 칼럼>

치아빠스의 지진 복구를 돕기 위해서 지붕재료를 현지 교회에 보냈고 필요한  집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용된 결과를 확인하러 내려 갔었다. 집집마다 필요한 양이 다르지만 나누어 주는 사람은 더주고, 덜 주기는 어렵다. 그리고 받은 숫자가 충분하지 않으면 받고도 어차피 불만을 가지기 쉽다. 배고픈 사람이 배부르게 얻어 먹지 못하면 고마움이 덜할 것은 당연하다.
교회는 한 가정당 일정한 숫자만 나누어 주었다. 임시 거처에 비를 막는데 사용하기도 했고, 자비로 더 구입해서 영구적으로 복구한 가정도 있었다. 지붕을 절반만 덮어 들이치는 비를 비닐로 막은 집도 있었다.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마음이 개운한 것은 아니었다. 
내려 갈때는 기대를 가지고 갔는데 올라 올 때는 마음이 무거웠다. 얼마 안되는 것으로 생색이나 내려던 것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감사하다고 말들은 했지만, 자격지심으로 넘겨 짚어서 보이던, 더 있어야 된다는 표정들이 자꾸 뇌리에 스쳤다. 여러 마을에 조금씩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돈이 되는 대로 계속하려고 했다. 그래서 두번째 동네도 이미 선정했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곧 2차 재료가 내려 갈 계획이다.
그런데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자라는 도움은 받아도 아쉬움이 크고 나누어 주는 사람도 미안한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선교로 연결하는 기회로 삼기를 기대한 것은 순진한 발상이었다. 몇집이라도 표본으로 완전히 복구되도록 도왔더라면 상황이 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겠고… 하여튼 적은 돈으로 섣불리 큰 일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결론이었다. 잉크 두어 방울로 양동이의 물이 파래지나 들여다 본 격이 되었다.
지붕의 도움은 어차피 돈이 계속 들어야 되니까 자비량 선교사에게는 역부족, 현지 교회를 돕는 일이기는 하지만 선교라는 목적과는 한단계 간접적인 일이고, 그래서 듣기 좋게는 무기한 연기, 솔직히 다시 말하면, 중단을 결정했다. 씩씩하게 쭉 가보려고 했는데 2회전이 끝나며 타올을 던지고 말았다. 도움이 많이 필요한데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을까? 절반만 덮인 지붕 밑에서 속수무책인 표정을 짓던 아주머니가 떠오른다.
벌레를 물어와 네마리 새끼에게 먹이는 어미새는 처음에 모두 튼튼하게 자라 제 구실하는 새들로 기르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냉정해서 다 기르지 못하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해야 하는 일도 못하는 우선순위의 어려운 원칙에 의하면 튼튼한 세 놈에게만 주는 수밖에는 없다. 아니면 두놈에게 만이라도. 냉정하기는 해도 그게 자연의 원리, 우선순위를 지키는 원칙이라는 정당화가 있다.
지진이 있기 전에 치아빠스의 산에 복음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첫 케이스의 장비는 일부 준비된 상태였고 나머지를 구해서 4월까지는 방송을 하려던 계획이었다. 선거철이라 반정부 무장단체들이 도로를 장악하고 세를 과시하며 납치, 살인까지 저지르고 있고 방송장비는 그들이 탐내는 것이라 위험한 상황이 계속돼 중단된 상태다. 라디오도 보급하려고 했다. 청취자들도 확보해야 하는데 라디오를 살 형편이 안되니까 말이다. 처음 방송이 시작되는 지역에 500개를 공짜가 아니라는 뜻으로 헌금 10 뻬소(50센트)씩을 받으려고 했다.
알리바바에서 송료를 포함해 대당 10달라, 5 천달라가 든다. 이걸 지붕 재료로 환산하면 슬레이트가 거의 9백장, 한집에 열장씩 도우면 당장 비를 피할 판잣집이 90가정, 이런 계산이 나온다.
추위와 기아로 죽는 사람이 나오는 곳에 방송장비와 라디오가 무슨 소용인가? 선교사가 할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사는 것이 당장 코앞의 일이더라는 말이다. 무척 가난한 곳의 선교사들이 싸우는 우선순위 딜레마가 필자 앞에 엄연한 현실로 나타났다.
▲ 반만 덮은 지붕 밑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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